엘리트강남

Porsche가 있기 전: 고려와 조선의 '오렌지족'을 만나러 가는 시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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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sche가 있기 전: 고려와 조선의 '오렌지족'을 만나러 가는 시간 여행
원조 금수저들의 등장



1990년대 서울 압구정동, 화려한 외제차를 몰고 명품 옷을 걸친 채 자유분방한 삶을 즐기던 젊은이들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오렌지족'이라 불렀습니다. 하지만 이 풍경이 완전히 새로운 것이었다면 어떨까요? 최초의 스포츠카가 강남 거리를 질주하기 훨씬 이전, 비단 도포를 입은 젊은이들이 막강한 권력과 유서 깊은 부를 배경으로 수도의 밤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면 말입니다.
모든 시대에는 그 시대만의 '오렌지족'이 존재합니다. 이들은 당대의 유행을 선도하는 특권 계층으로, 그들의 사치스럽고 여유로운 삶은 사회의 모습을 정의하는 동시에 기존 질서에 도전장을 내밉니다. 이제 우리는 시간을 거슬러 두 개의 다른 세상을 만나보려 합니다. 첫 번째는 거칠고 야성적인 힘을 과시했던 고려의 귀족들이고, 두 번째는 세련된 멋과 스타일로 수도 한양의 밤 문화를 지배했던 조선의 도시인들입니다.

1부: 고려의 VVIP들 —격구, 권력, 그리고 방탕의 시대
고려의 엘리트 계층은 단순히 부유한 것을 넘어, 압도적인 권력과 자원의 소비를 통해 자신들의 정체성을 드러냈습니다. 그들의 '플렉스(flex)'는 규모가 크고 때로는 잔혹하기까지 했습니다.

고려의 컨트리클럽: 격구장 위의 삶
말발굽 소리가 지축을 울리고, '장시(杖匙)'라 불리는 나무 채가 공을 때리는 날카로운 소리가 허공을 가릅니다. 화려한 비단 옷을 입은 젊은 귀족 자제들의 함성 속에서 격렬한 격구(擊毬) 경기가 펼쳐집니다. 오늘날의 폴로와 유사한 이 경기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었습니다. 막대한 부와 고도의 기마술이 결합된, 오직 최상위 VVIP만이 즐길 수 있는 그들만의 리그였습니다.




고려 귀족들의 대표적인 여가 활동이었던 격구.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부와 권력을 과시하는 수단이었습니다.


이 놀이의 비용은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화려하게 장식된 말안장 하나가 평민의 집 열 채 값에 달할 정도였고, 말은 특별히 훈련받았으며 장비는 극도로 사치스러웠습니다. 격구는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부와 권력을 공개적으로 과시하는 선언이었습니다. 고려의 왕들 역시 격구에 매료되어 의종(毅宗)처럼 국정을 뒤로하고 경기를 관람하는 일이 잦았고, 이는 군사 훈련과 귀족 오락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과시의 정점에는 무신정권의 실권자 최우(崔瑀)가 있었습니다. 그는 1229년, 개인 격구장을 짓기 위해 무려 100여 채가 넘는 민가를 강제로 철거했습니다. 이 격구장은 너무나 거대해서 승려 3만 명이 동시에 앉아 식사를 하며 경기를 관람할 수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이는 고려 지배층이 자신들의 여가를 위해 백성들의 삶을 얼마나 무시했는지를 보여주는 충격적인 일화입니다.

스캔들 메이커: 악명 높은 충혜왕
고려 시대 사치와 방탕의 아이콘을 꼽으라면 단연 충혜왕(忠惠王)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는 막대한 권력을 물려받았지만 국정에는 거의 관심이 없었고, 오직 개인적인 쾌락을 추구하는 데 몰두한 '왕실의 문제아'였습니다.
그의 기행은 패션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아버지 충숙왕(忠肅王)은 원나라에서 돌아온 아들의 화려한 몽골풍 옷차림과 이국적인 태도를 보고는 사람들 앞에서 "네 아비와 어미가 모두 고려 사람인데 어찌 오랑캐의 풍속을 따르느냐? 그 사치스러운 옷은 또 무엇이냐?"라며 크게 꾸짖었습니다. 이는 마치 기성세대가 서구화된 신세대의 취향을 비판하는 모습과 놀랍도록 닮아있습니다.
그의 취미 또한 왕의 품격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는 신하들과 어울려 씨름하는 것을 매우 즐겼는데, 국정을 팽개치고 내시들과 뒤엉켜 힘을 겨루며 궁중의 위계를 완전히 무시했습니다. 그 외에도 『고려사』에는 도를 넘는 사냥과 상상을 초월하는 여성 편력에 대한 기록이 상세히 남아있습니다.

즐거움이 잔혹함으로 변질될 때: 고려의 지배자들
고려 엘리트들의 여가는 종종 권력의 폭력적인 남용으로 이어졌습니다. 원나라의 영향력을 등에 업은 권문세족(權門世族)은 거의 절대적인 권위를 누렸고, 그들의 특권은 법 위에 군림했습니다.
고위 관료였던 염흥방(廉興邦)의 집안 노비 이광(李光)의 이야기는 당시의 사회상을 극적으로 보여줍니다. 주인의 권세를 믿은 이광은 전직 관리였던 조반(趙胖)의 땅을 불법으로 빼앗았습니다. 조반이 항의하자 이광은 오히려 그를 조롱했습니다. 모욕을 견디다 못한 조반은 결국 이광을 죽이고 맙니다.이 소식을 들은 염흥방은 자신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라 여겨 격노했고, 조반을 역모죄라는 누명을 씌워 체포하고 혹독하게 고문했습니다. 이 사건은 권력층의 '즐거움'과 '힘'이 어떻게 다른 이들에게는 공포와 불의의 시스템으로 작동했는지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이러한 행태는 고려 엘리트 계층의 정체성이 단순히 스타일에 있는 것이 아니라, 토지와 자원, 사람을 통제하는 힘을 과시하는 '권력의 퍼포먼스'에 있었음을 드러냅니다. 최우가 민가를 허물고 격구장을 지은 것이나, 충혜왕이 위계를 무시하고 씨름을 한 것, 염흥방 집안이 법을 무시하고 폭력을 행사한 것은 모두 자신들의 사회적, 정치적 지배력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행위였습니다. 이는 또한 개인이 도덕적으로 타락했다기보다, 음서제를 통한 특권 세습과 원나라의 간섭 등이 만들어낸, 법 위에 군림하는 계층을 허용한 정치 시스템 자체의 붕괴가 낳은 필연적인 증상이었습니다.

2부: 조선의 트렌드세터 —한양 스타일의 탄생
시간이 흘러 조선 시대가 되자 새로운 유형의 '오렌지족'이 등장합니다. 이들은 수도 한양을 기반으로 한 도시적이고 세련된 멋을 추구했으며, 문화적 자본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그들의 무대는 전쟁터나 격구장이 아닌, 활기 넘치는 수도의 주점과 기방, 그리고 풍류가 넘치는 사교 모임이었습니다.

당대의 인플루언서: 별감의 옷장을 열다
조선 후기 한양의 유행을 선도한 이들은 단연 별감(別監)이었습니다. 그들은 '당대의 오렌지족'이라 불릴 만했습니다. 공식적인 품계는 높지 않았지만, 임금을 가장 가까이에서 모시는 직책 덕분에 막강한 문화적 영향력과 부를 누렸습니다.




한양가에 묘사된 19세기 별감의 복색.


19세기 문헌인 『한양가(漢陽歌)』에 묘사된 그들의 모습은 마치 현대의 패션 잡지를 보는 듯합니다. 머리부터 엘리트강남 발끝까지, 그들의 스타일은 치밀하게 계산된 과시였습니다.

헤어스타일과 모자: 머리카락을 한 올 한 올 펴서 만든 '편월상투'에 호박으로 만든 값비싼 동곳을 꽂았습니다. 속이 훤히 비치는 최고급 평양 망건에는 희귀한 대모(玳瑁) 관자를 달았습니다. 특별 제작한 초립(草笠) 안은 자줏빛 비단 끈으로 받치고 공작 깃털을 꽂을 수 있는 장식을 달았습니다.
시그니처 레드 로브: 별감의 상징과도 같은 '홍의(紅衣)'는 생명주실로 짠 선명한 다홍색 비단옷으로, 그들만이 입을 수 있는 특권이었습니다.
액세서리: 허리에는 값비싼 중국산 향료를 넣은 수입 비단 주머니들을 여러 개 찼고, 옥과 대모로 장식한 장도(粧刀)를 달았습니다. 가장 파격적인 것은 자수를 놓은 여성용 가죽신 '수운혜(繡雲鞋)'를 신었다는 점입니다. 이는 당시로서는 젠더의 경계를 넘나드는 과감한 패션이었습니다.


18세기 스타일로 즐기는 하룻밤
조선 후기 밤 문화의 생생한 현장은 풍속화가 혜원 신윤복(申潤福)의 그림 속에 박제되어 있습니다. 그의 그림은 마치 파파라치 컷처럼 한양 엘리트들의 은밀한 유흥을 포착했습니다.




혜원 신윤복의 주사거배. 붉은 옷을 입은 별감이 주막의 중심에서 여유롭게 술을 즐기는 모습은 그들의 사회적 위상을 보여줍니다.


첫 번째 장소는 선술집입니다. 신윤복의 ;은 기생을 두고 두 남자가 주먹다짐을 벌이는 소란스러운 현장을 그렸습니다. 이 싸움을 권위 있게 말리는 인물, 역시 붉은 옷의 별감입니다. 이 그림은 별감이 단순한 손님이 아니라 기방의 운영과 질서를 책임지는 유흥계의 실세였음을 시각적으로 증명합니다.
이들이 주최하는 '승전놀음'은 단순한 술자리가 아니었습니다. 당대 최고의 악사와 무희, 기생들을 총동원해 벌이는 거대한 문화 행사로, 별감이 문화 생산자이자 후원자였음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한량의 세계
별감이 유흥 문화를 생산하고 관리했다면, 이를 소비하는 주체는 한량(閑良)이었습니다. 이들은 벼슬길에 오르지 않은 무반 가문의 자제들로, 말 그대로 '전문적인 여가 계층'이었습니다. 후대에 '한량'이라는 말이 게으름뱅이라는 부정적인 뉘앙스를 갖게 되지만, 당시 한양에서 그들은 예술과 풍류를 아는 세련된 소비자들이었습니다.
한량의 하루는 활쏘기 연습으로 시작해 시를 짓고, 기방에 들러 당대 최고의 예인들과 교류하며 세련된 삶의 멋, 즉 풍류(風流)를 즐기는 것으로 채워졌습니다. 그들은 유흥 생태계를 떠받치는 관객이자 비평가였고, 때로는 기생들의 낭만적인 연인이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삶은 엄격한 유학자들에게 "쓸데없이 노닐며 세월을 낭비한다"는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고려 엘리트의 권력이 토지와 사병에서 나왔다면, 조선 '오렌지족'의 지위는 수도 한양이라는 특정 공간 안에서의 '문화적 자본'에서 비롯되었습니다.그들의 영향력은 유행을 창조하는 감각과 유흥 산업에 대한 통제력에 기반했습니다. 이는 권력의 중심이 지방 호족에서 한양으로 완전히 집중된 조선의 중앙집권적 정치 구조와, 그로 인해 활성화된 수도의 상업 경제가 만들어낸 새로운 현상이었습니다. 주막이 단순한 숙소에서 정보와 신용 거래의 중심지로 발전한 것처럼, 여가와 유흥 역시 하나의 거대한 산업이 되었고, 궁중과 시장을 잇는 별감은 이 새로운 문화 경제의 지배자가 되기에 가장 완벽한 위치에 있었습니다.

고려 VVIP vs. 조선 트렌드세터: 비교 분석표

고려와 조선 특권층 비교


특징
고려 시대 ("권문세족")
조선 시대 ("별감" & "한량")




주요 권력 기반
세습된 토지, 사병, 고위 관직 독점
왕과의 근접성, 수도 유흥망 통제


핵심 여가 활동
격구(승마 폴로), 매사냥, 대규모 연회
승전놀음(파티 주최), 기방 출입, 활쏘기, 시회


과시의 방식
자원의 과시 (예: 민가를 허물고 개인 경기장 건설)
스타일과 문화적 지식의 과시 (예: 사치스럽고 유행을 선도하는 패션)


주요 사교 장소
개인 영지, 궁궐, 격구장
한양의 유흥가: 주막, 기방, 풍류방


사회적 비판의 원인
권력 남용, 토지 수탈, 부정부패
사치와 향락, 유교적 검소함 위배, 폭력 사건


주요 역사 자료
『고려사』
『한양가』, 신윤복의 풍속화, 『조선왕조실록』




새로운 돈, 오래된 이야기
고려의 엘리트는 영토와 물리적 힘을 기반으로 한 거칠고 폭력적인 권력을 과시했고, 조선의 트렌드세터들은 도시적이고 세련된 문화적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표현 방식은 달랐지만, 두 집단 모두 자신들만의 규칙으로 살아가는 부유한 특권층이라는 '오렌지족'의 원형에 정확히 부합합니다.
이러한 특권층의 등장은 언제나 사회적 마찰을 낳았습니다. 조선 시대에는 이들의 사치를 비판하는 상소가 빗발쳤고, 영조(英祖)와 같은 왕은 직접 검소함을 강조하며 사치 풍조를 억제하려 애쓰기도 했습니다. 특권을 누리는 소수와 다수 대중 사이의 긴장, 그리고 사치와 검소함에 대한 논쟁은 시대를 관통하는 테마입니다.
1990년대의 포르쉐와 명품 브랜드는 지극히 현대적인 상징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것은 아주 오래된 연극에 등장하는 새로운 소품에 불과합니다. 붉은 비단옷을 입은 별감과 값을 매길 수 없는 명마에 올라탄 고려 귀족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중요한 사실을 일깨워 줍니다. 남에게 보이고, 또 남들이 나를 보게 만들고 싶은 욕망, 유행을 창조하고 화려한 여가를 즐기고자 하는 열망은 시대를 초월하여 한국 역사라는 거대한 직물 속에 깊이 새겨진 인간의 오랜 이야기라는 것을 말입니다.





AI 요약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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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참고자료 목록

한국의 필드하키 격구 - 지역N문화
[Story]조선 무관은 격구 달인… - 동아일보
격구 - 나무위키
격구(擊毬) - sillokwiki
격구 - 한국민속대백과사전
충혜왕 - 위키백과
충혜왕 - 나무위키
권문세족 - 나무위키
미상 ~ 1388년(우왕 14) - 우리역사넷
조선후기에도 오렌지족 있었다｜신동아
관리자 - 1004eyes.com
경기도의 주막거리 - 지지씨 - 경기문화재단
할 일 많은 한량의 이야기 - 브런치
조선의 특수신분층, 한량(閑良) - 중부매일
한량 - 나무위키
주막 -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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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gin: 0 0 1em;
color: #2d3748;
}

.bi-references ul {
list-style-type: decimal;
padding-left: 1.2em;
margin: 0;
}

.bi-references li {
margin-bottom: 0.8em;
font-size: 0.9em;
color: #4a5568;
}

.bi-references li:last-child {
margin-bottom: 0;
}

.bi-references a {
color: #4299e1;
text-decoration: none;
}

.bi-references a:hover {
text-decoration: underline;
}

.bi-keywords {
text-align: left;
margin-top: 2em;
font-size: 0.9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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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edia (max-width: 768px) {
.bi-footer {
padding: 1.5em 1em;
}

.bi-references-wrap {
position: static;
text-align: center;
margin-top: 1.5em;
}

.bi-references {
text-align: left;
margin: 0.5em auto 0;
}
}



(function () {
const root = document.getElementById('bi-root');
if (!root) return;

// AI 요약 타이핑 기능
const aiBtn = root.querySelector('#bi-ai-btn');
const aiTarget = root.querySelector('#bi-ai-target');
const summaryText = aiTarget ? aiTarget.getAttribute('data-summary') : '';
let typed = false, aiOpened = false;

function typeText(el, text) {
return new Promise(resolve => {
let i = 0;
const timer = setInterval(() => {
if (el) el.textContent += text.charAt(i);
i++;
if (i >= text.length) { clearInterval(timer)resolve()}
}, 15);
});
}

function toggleAI() {
if (aiOpened) {
aiBtn.classList.remove('bi-open');
aiBtn.innerHTML = 'AI 요약 보기';
aiBtn.setAttribute('aria-expanded', 'false');
aiOpened = false;
return;
}
aiOpened = true;
aiBtn.classList.add('bi-open');
aiBtn.setAttribute('aria-expanded', 'true');
aiBtn.innerHTML = 'AI가 본문을 요약 중입니다...';
const contentEl = aiBtn.querySelector('.bi-ai-box-content');
const titleEl = aiBtn.querySelector('.bi-ai-box-title');

if (!typed) {
const text = (summaryText || '').replace(/\\n/g, '\n');
if (contentEl) contentEl.textContent = '';
typeText(contentEl, text).then(() => {
typed = true;
if (titleEl) titleEl.textContent = 'AI 요약';
});
} else {
if (contentEl) contentEl.textContent = summaryText;
if (titleEl) titleEl.textContent = 'AI 요약';
}
}

if (aiBtn) aiBtn.addEventListener('click', toggleA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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