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3년, 아이슬란드 근처 바다에서 어린 수컷 범고래 틸리컴이 포획되었다.
사냥꾼들은 쾌속정과 비행기를 동원하여 범고래를 미리 쳐놓은 그물 쪽으로 몰아간 뒤
운송비가 적게 드는 새끼들만 골라내어 판매했다.
그렇게 틸리컴은 2살 때 가족들과 생이별하고 캐나다의 씨랜드로 팔려간다.

씨랜드 조련사는 틸리컴을 빨리 쇼에 투입하기 위해 선배 범고래들과 짝을 지어 조련하면서 틀리면 함께 벌을 줬다.
지능이 높은 범고래들은 당연히 자신들이 벌을 받는 이유를 알아챘고 틸리컴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씨랜드 영업 시간이 끝나면 턱없이 좁은 풀장에 갇혀 밤새 고통을 받았다.
이렇게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서 공격성이 생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결국 첫번째 희생자가 발생했다.

씨랜드 알바생이었던 켈티 번은 실수로 범고래 3마리가 들어있는 풀장에 빠졌다.
빠져나오려는 순간 물 속에서 범고래가 그녀의 발을 잡아챘고,
풀장 안으로 끌어들였다. 켈티 번은 몇 차례나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으나
그때마다 다시 물 속으로 끌어당겨졌고 결국 익사했다.
범고래 3마리가 모두 공격에 가담했지만 누가 먼저 공격했는지에 대해서는 목격자들의 증언이 엇갈렸다.
사육된 수컷 범고래에게서만 발견되는 휜 등지느러미 때문에 틸리컴이 선제 공격을 했다는 증언도 있었지만
공식적으로 기록되지는 않았다.
씨랜드는 이 사건으로 문을 닫게 되었으며, 틸리컴은 미국 플로리다 주의 씨월드로 팔려갔다.

평생 집단 생활을 하는 범고래들은 성장 환경에 따라 고유한 문화를 형성한다.
다른 문화를 가진 범고래들을 함께 사육하게 되면 언어조차 서로 통하지 않아서 싸움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씨랜드에서 두 암컷 범고래들의 공격에 시달렸던 틸리컴은 씨월드에서도 타겟이 되었으며,
번식할 때를 제외하면 거의 혼자 격리되어 생활했다.
그래도 시설이 매우 열악했던 씨랜드보다는 상황이 좋았으며 조련사들의 훈련도 대체로 잘 따라왔다.
덩치가 큰 틸리컴은 항상 쇼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그러던 1999년, 두 번째 사망사고가 발생한다.

피해자 다니엘 듀크스는 야간 경비의 눈을 피해 씨월드에 몰래 들어갔다.
씨월드 측에서는 한 정신이상자가 범고래 풀에 숨어들었다가 저체온증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했으나,
부검 결과를 보면 틸리컴에게 공격당한 흔적들이 확인되었다. 공식적인 사인은 익사로 처리됐다.
피해자가 무슨 생각으로 범고래 풀에 들어갔는지는 알 수 없으나,
결과적으로 틸리컴이 잔인하게 공격했다는 점은 확실했다. 씨월드는 CCTV 영상이 없다고 발표했다.
조련사나 관객이 공격당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크게 화제가 되지는 않았으며, 틸리컴은 평상시처럼 쇼에 참여했다.
하지만 3번째 사망사고는 떠돌이 정신이상자가 아닌 베테랑 조련사 돈 브랜쇼에게 일어났다.

2010년 2월 24일, 메인 쇼가 끝나고 마무리 쇼가 진행되고 있었다.
틸리컴은 처음에는 돈 브랜쇼의 지시를 잘 따랐으며 쇼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하지만 지느러미 흔드는 연기를 마친 후,
잘했으니 먹이를 먹으러 오라는 돈의 호루라기 소리를 듣지 못하고 계속 지느러미를 흔들었다.
돈은 호루라기를 불었는데도 틸리컴이 돌아오지 않았으므로 명령을 어겼다고 생각해 먹이를 주지 않았다.
호루라기를 듣지 못한 틸리컴 입장에서는 연기를 마쳤는데도 먹이를 주지 않는 돈에게 화가 났을 것이다.
쇼가 끝나기 전 조련사와 범고래가 서로 상호작용하는 시간에 틸리컴은 돈의 왼팔을 물고는 물 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관객들과 다른 조련사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공격이 이어졌고 결국 돈은 사망했다.
이 사건은 목격자도 많았고 워낙 충격적이어서 크게 화제가 되었으며,
언론의 뭇매를 맞은 씨월드는 안전규정을 강화하고 조련사들과 범고래들이 직접적으로 접촉하지 않도록 쇼를 수정했다.

틸리컴은 돈 브랜쇼 사망사고 1년 후인 2011년부터 다시 쇼에 복귀했으며
건강이 악화되기 전까지 계속 씨월드 쇼에 모습을 드러냈다.
2017년 1월, 틸리컴은 박테리아 감염으로 씨월드에서 생을 마감했다.
2020년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야생에서 범고래의 공격으로 사망한 사람은 없으며,
사육된 범고래와 관련되어 사망한 사람은 4명이다.
그 중 3명의 죽음에 틸리컴이 연관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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